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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환경톡톡

[하지원의 환경톡톡 6] 우리는 가습기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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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10:20
  • 조회수 : 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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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환경이야기
Stories we should not miss Interesting environmental facts we should know
 


"8배 강력해진 세정력, 99% 살균력, 뿌리는 간편한 세제, 때가 쏙!"


최근에 지나가다 우연히 본 홈쇼핑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 피부독성테스트를 완료했다며 안전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팔고 있었는데 요즘도 이런 광고를 하며 세정제를 팔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5월 19일 현재 266명이 사망에 이른 가습기 살균제도 피부독성 테스트만 거친 채 흡입독성을 무시하고 판매되다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데,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호흡을 통해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스프레이형 세정제가 "조금 있으면 매진입니다. 매진!"하며 판매가 되고 있는 상황은 '아! 아직도 멀었구나!' 절망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이번만큼은 국민들이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에서 사용을 허가한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고, KC마크를 받은 제품이었으며, 믿을 수 있는 회사의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었다. "아이가 사용해도 안전해요" "가습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해 위험해요"라는 TV와 일간지 광고를 보며 아기를 위해, 임신한 부인을 위해 일부러 사서 매일매일 정성을 들여 사용했던 제품이었다. 또한 벌레나 세균, 곰팡이 등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는 물질들은 사람의 생명도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연일 방송과 신문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요즘이었다. 화학포비아, 노케미족이 등장했다는 말을 듣고 과도하다기 보다 반갑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유사한 다른 화학물질 제품의 매진! 행보를 보며, 이러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바로잡지 못한 채 또 생활 속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지난 2007년 유럽에서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가 발효되고 난 후 국내에서도 신화학물질관리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세계 화학물질 생산 7위의 국가인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2012년 구미에서 일어난 휴브글로벌 불산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지역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사고를 겪고 난후 제도의 마련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기업의 로비 등으로 지지부진 하다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2013년 1월 화성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죽고 인근으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난 후 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법안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람들의 관심이 잠잠해질 즈음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통과된 화평법과 화관법은 껍데기뿐인 법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66명이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화평법과 화관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를지 모른다. 게다가 이 일로 인한 기업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이번 가습기와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안든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활동자체에는 늘 이런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에 그들의 메시지에 맹목적이어서는 안된다. 결국 정부,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이 우리자신에게 미칠 수 있는 해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미쳐야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시장이 있을 때 물건을 만든다. 외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가습기 살균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생산되고 많이 팔렸을까? 한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덥게 사는 습관은 실내를 건조하게 만들고, 가습기를 통해 습도를 올려야하는 상황이다. 한겨울 외국의 가정, 호텔 등은 춥다. 따라서 이리 건조하지 않다. 우리는 가습기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결국 우리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옥시는 얼마든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 때마다 지금과 같은 상처를 반복할 것인가? 냄새나 세균을 없애기 위해 뿌린 탈취제, 에어컨 청소제는 사람이 아닌 세균이나 곰팡이, 해충들만 분리해서 없앨 수 있을까? 생명을 해치는 것은 사람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하루 40~50종류의 제품들, 1,500여 가지의 화학물질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화학물질을 스마트한 만능통치약으로 여기는 우리 삶의 방식이 바꾸지 않는 한 이 상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방식에서 답을 찾자.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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