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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환경톡톡

[하지원의 환경톡톡 1] 빈병이 새롭게 태어나는 '丙申年'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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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10:08
  • 조회수 :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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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환경이야기
Stories we should not miss Interesting environmental facts we should know
 

 

2016년은 '(丙申年)'이다. 재주가 많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해석이 붙었지만, 어감은 좀 사납다. TV뉴스나 신문에서 새해가 밝았다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멈칫하게 될 새해지만, 21년 만에 새롭게 정비된 "빈용기보증금제도"를 통해 병을 재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화제가 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그런지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보리차를 담아 마시던 훼미리 주스 유리병은 우리집은 물론 친구들 집에서도 사용하는 '국민 물병'이었으며,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거버 이유식 병'에다가 깔끔하게 김치를 싸갔던 학교 점심시간에는 김칫국물이 새지 않는 도시락을 가져왔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뛰었던 생각도 난다. 유리병을 씻어서 다시 쓴다는 것은 이때만 해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러한 모습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선진국의 1/5, 재사용율 높여야


얼마 전 한 조사기관에서 빈용기보증금제도의 인지도를 알기 위하여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9.1%의 사람들이 빈용기보증금제도를 알고는 있지만 빈병 반환을 경험해본 사람의 비율은 12.0%에 불과했다. 반환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반환 과정이 번거로워서(38.0%)'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24.4%)' 순으로 반환 포기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마신 빈병을 모아서 다시 가게로 가져가는 수고를 들이더라도 소매점에서 회수를 거부하거나 눈치를 주기 때문에 불편하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10병을 반환하여도 껌 한통 구입할 수 없는 푼돈을 돌려받게 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빈용기보증금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국내에서는 1년동안 빈병보증금이 포함된 유리병이 약 50여 억 병 정도 유통된다. 이 가운데 95%인 48억병은 제조공정으로 돌아와 85%인 약 43억병이 세척공정 등을 거쳐 다시 사용된다고 한다. 85%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독일,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95%이상이 재사용되고 있고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연간 5억병이라는 엄청난 빈병을 재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빈병들은 분리수거함에서 뒤엉키고 서로 부딪치며 운반되는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강도가 낮아져 병 하나의 재사용 횟수가 8회인데 이는 선진국의 병당 40회의 재사용횟수와 비교하면 1/5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와 해외의 재사용율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해외의 경우 보증금제도를 시행한 역사도 오래 되었고, 보증금의 수준도 현재 40원~100원 정도인 국내보다 2~3배 더 높다. 국내의 경우, 현 보증금액은 유리병 1개를 새로 만드는 비용(소주기준 143원)의 30%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는 0.1유로(120~130원)정도로 병의 제조 원가의 77~97%수준의 보증금을 책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 1월부터 보증금 수준을 병 제조원가의 70% 수준(소주 100원, 맥주 13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하니 소비자의 불만사항 중 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지역의 높은 재사용율은 합리적인 보증금액과 더불어 유럽 시민들의 재사용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몇 해 전, 맥주의 나라 독일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내용 중 흥미로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독일인들에게 맥주나 음료 유리병 바깥쪽에 재사용의 흔적인 백태(유리병 외관에 작은 상처들이 생겨 흰색 띠가 생기는 현상)를 보여주며 유리병을 재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으로나 제품 미관 상 나쁜 것이 아니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식당에서도 그릇이나 포크, 나이프 등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것을 설거지해서 다시 쓰는데 유리병도 그와 같을 뿐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하여 위생상 문제가 불안하게 느껴지며, 되도록 외관이 깨끗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대답하였고, 국내 주류 제조사에서는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하여 유리병의 외관을 확인하여 일정 횟수 이상 재사용 되었다고 판단되면 정상적인 유리병이더라도 다시 녹여서 새 병을 만든다고 하였다. 유럽에서는 40회 이상 반복 사용되는 재사용 유리병이 국내에서는 8회에 그치는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래와 환경을 지키는 실천


유리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정된 지구의 자원과 물,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생산과정에 쓰인 물은 공장 폐수가 되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는 대기를 더럽히며 기후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재사용은 이 모든 일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빈병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다시 쓸 수 있도록 돌려주는 일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생산활동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다.


지난 12월 24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빈병보증금 인상에 대한 재심사가 열렸고, 2017년부터 시행을 결정하였다. 3년 일몰시한으로 시행 3년 후 제도의 실적평가를 통해 유지여부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그 장기성이 유지되려면 시민들이 편리해야한다. 또한 재사용병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시장확대도 중요하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그리고 공공기관 등에서는 빈병을 재사용한 제품들을 주로 취급하도록 하여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커진다면 빈병재사용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적극성도 더 커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 제도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세심하게 준비되어야한다. 2016년이 우리나라의 빈병 재사용 문화 확산의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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